Beom Choi
범초이 · 凡崔
The Artist of Living Lines
생명의 움직임을 선으로 기록하는 흑백 필름 사진가
범초이는 흑백필름과 암실작업을 기반으로 생명의 움직임을 선으로 기록하는 한국의 아날로그 예술사진 작가이다.

범초이는 자연을 풍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호흡으로 바라보고 생명의 움직임을 선으로 기록한다.
수동카메라와 흑백필름의 암실작업을 기반으로 시간의 물성을 드러낸다.
자연은 이미 쓰고 있다.나는 그 선이 숨 쉬는 순간을 기다릴 뿐이다.— 범초이
Selected Solo Exhibitions
- 1993《겨레의 얼굴 장승》 사진전, 서울 후지 포토살롱
- 1994《장승한마당전》, 서울 영풍문고 이벤트홀
- 1995《한국 장승과 솟대 사진 초대전》, 신세계백화점, 서울
- 2007《석인사진 초대전》, 환갤러리, 서울
- 2008《나무와의 대화》 사진전, 목인갤러리, 서울
- 2010《범초이 흑백풍경》 사진전, 아르토갤러리, 대구
- 2023《범초이 사진전》, 갤러리 문경
- 2025《범초이 사진전》, 문경문화원
주요 활동
- 민예총 산하 민족사진가협의회 발기인
- 한국박물관협회 활동
- 역사민속학회 활동
소장 및 기증
- 1993《겨레의 얼굴 장승》 사진전 출품작 전 작품,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작가 기증)
- 2007《석인사진 초대전》 출품작 전 작품, 세중옛돌박물관 소장 (구입)
- 2010《나무와의 대화》 연작 중 일부 작품, 한일고등학교 소장 (일부 구입·일부 기증)

작가노트
선은 자연이 남긴 숨이다
나는 자연을 바라볼 때 먼저 형태를 보지 않는다. 나무, 넝쿨, 돌, 장승, 숲을 찍지만, 내가 붙잡고 싶은 것은 대상의 이름이나 외형이 아니다. 나는 그 표면 너머에 있는 움직임을 본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줄기가 휘어진 방향, 빛이 잠시 머문 시간, 생명이 스스로 감기고 풀리는 순간. 나는 그 보이지 않는 기운이 어느 순간 하나의 선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선은 단순한 윤곽이 아니다. 선은 살아 있는 것들이 세상에 남기는 가장 오래된 흔적이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숨이다. 넝쿨이 감기며 남기는 곡선, 나무줄기가 땅에서 하늘로 솟는 직선, 숲속의 안개가 비워낸 여백, 오래 선 장승의 얼굴에 새겨진 시간의 결까지,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선을 가지고 있다.
내 사진에서 자연은 장식적인 풍경이 아니다. 자연은 스스로 쓰고, 지우고, 멈추는 존재다. 나는 그 앞에서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자연이 이미 그려놓은 선을 설명하거나 꾸미기보다, 오래 바라보고 기다리며 그 선이 가장 조용하게 드러나는 순간을 찾는다. 그래서 내 사진은 극적인 사건보다 침묵에 가깝고, 화려한 색보다 흑백의 농담에 가깝다.
흑백필름과 암실작업은 나에게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다.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하는 느린 과정 속에서 이미지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간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간의 물성을 가진 이미지로 바꾸고자 한다.
내 작업에는 일필휘지의 감각이 있다. 한 번 지나간 선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넝쿨이 감긴 방향도, 가지가 뻗은 각도도, 바람이 만든 흔들림도 모두 한 번의 호흡처럼 지나간다. 나는 그 순간을 붙잡지만 억지로 고정하지 않는다. 사진 속 선들은 멈춰 있으면서도 계속 움직이는 듯하다. 그것은 자연이 가진 기운생동의 흔적이다.
또한 나는 무위자연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들려고 하기보다 발견하려 하고, 꾸미려고 하기보다 기다리려 한다. 자연을 내 의도 안으로 끌어들이기보다, 자연이 스스로 보여주는 질서와 리듬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래서 내 사진은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남는다. 보는 사람이 오래 바라볼수록 선과 여백 사이에 숨어 있던 숨이 천천히 드러나기를 바란다.
《숨의 선》에서 넝쿨은 더 이상 식물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이 허공에 남긴 필획이며, 자연이 스스로 쓴 문장이다. 감기고, 풀리고, 멈추고, 다시 나아가는 선들은 때로는 몸짓이 되고, 때로는 문자처럼 보이며,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기운의 궤적이 된다. 이 작업에서 내가 보고자 한 것은 넝쿨의 생김새가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숨의 방향이다.
Tree Series: Lines in Empty Space에서 나무는 또 다른 방식의 선이 된다. 넝쿨이 움직이는 선이라면, 나무는 서 있는 선이다. 줄기의 직선, 가지의 곡선, 안개와 빛이 만든 비어 있는 배경은 하나의 조형적 공간을 만든다. 나는 나무를 통해 자연이 어떻게 공간을 나누고, 비우고, 다시 세우는지를 보고자 한다.
결국 나는 자연을 찍는다기보다, 자연이 남긴 숨의 구조를 찍고 있다. 사진 속 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이 지나간 방향이고, 시간이 머문 흔적이며, 보이지 않는 기운이 잠시 눈에 보이게 된 순간이다.
자연은 이미 쓰고 있다.나는 그 선이 숨 쉬는 순간을 기다릴 뿐이다.— 범초이